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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교양서 집필 어떠세요!
[ 2015-12-30 00:00:05 ]
글쓴이  
관리자
조회수: 957        
교수신문, 새해에는 교양서 집필 어떠세요!
http://m.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1939

[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구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의 교양서 집필률이 현저히 낮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연구업적 평가나 보상 기준이 논문이나 단행본이나 비슷하다 보니, 공력을 훨씬 많이 투여해야 하는 학술서나 교양서 집필에 소홀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학자의 임무가 소속대학의 학생을 가르치면서 정교수가 되는 것만이 아닐진대, 국민 전체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 대중화 작업에 있어서 확산비용이 저렴하면서 안정적인 매체가 책이 아닐까 한다.

교양서 집필을 권하고 싶은 분들은 두 그룹이다. 박사논문을 쓴 지가 5년 이하인 분들(패기만만 그룹)과 환갑을 넘기신 분들(원로 그룹). 그 중간에 속한 분들은 너무 바쁘므로 아주 특별한 결심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외했다.

우선 ‘패기만만 그룹’은 “첫눈은 첫눈이라 연습 삼아 쬐끔 온다”(신현득 동시 「첫눈」)는 시 구절처럼 분량이 적은 것으로 연습 삼아 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래도 웬만큼 논리를 전개해야 하므로 200자 원고지 기준 400~500매는 돼야 한다. 책세상문고·SERI연구에세이·아로리총서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예를 들어 ‘청소년기의 뇌’ 하는 식으로 주제를 좁혀 잡아 써 보는 것이다.

기성학자들에 비해 신선한 시각을 갖고 있으므로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공부한 것들 중에 하나를 골라서 고등학생들이 읽을 정도로 풀어내 보자. 이런 집필 시도는 향후 연구자로서의 자세, 즉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사람을 위한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룹에 필요한 것은 우선은 집필계획서를 잘 쓰는 일이다. 자신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가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이 한 이야기와는 무엇이 다른지, 개인이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잘 요약해야 한다. 그리고 章을 4~5개 정도로 쪼개고 내용의 성격에 따라 節도 나눠 세부목차를 짜본다. 한 가지 중요한 일은 목표독자를 1차, 2차, 3차 그룹으로 세분화해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를 명확하게 해야 집필과정에서 글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여기까지 정리가 됐으면 어떤 내용을 누구를 위해 쓴다는 그 책의 ‘콘셉트’가 잡힌 것이다. 집필계획서가 완성되면 서문과 제1장을 써서 출판 경험이 있는 지인이나 편집자에게 검토를 요청해 보라. ‘자뻑’ 방지 절차다. 문제점이 도출되면 그것을 보완해서 본격 집필에 착수한다.

‘원로 그룹’에게 교양서 쓰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30~40년 정진해 자신의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도 통찰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이 교양서를 많이 집필해서 보급하는 것이야말로 돈 몇 푼 기부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능기부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하나의 의미를 더하자면, ‘절필작’을 남겨 보자는 것이다. ‘絶筆’이라는 말은 ‘붓을 놓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글이나 글씨’를 뜻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대표작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서 인생 관조의 경지에서 빚어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평균 수명이 80대인 상황에서 60대에게 ‘백조의 노래’를 부르라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기억력이나 정신집중력을 고려한다면 70∼80대에 더 좋은 원고를 쓸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이 그룹에 필요한 것 역시 집필계획서다. 출판사 섭외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획의도를 잘 정리해야 하는데, 평생 해 온 연구가 이러이러한 것이고 이것을 오래하다 보니 이런 통찰이 생겼다, 이것은 전무한(혹은 많은 차별성을 갖는) 것이라고 써야 한다. 반드시 단독 저서로 해서 본인만의 이야기를 200자 원고지 기준 1천~1천500매 정도해서 단행본으로 출판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소속대학 내에 출판부가 있으면 그곳에 먼저 출판 가능 여부를 타진해 보는 것이 좋다. 교수들의 글을 많이 다뤄 본 편집자들이 포진해 있을 뿐 아니라 소속 대학 출판부 이름으로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것이 입시 홍보에 최고라는 사실은 잘 아실 터. 경북대·경상대·방송대 출판부에서 개최하는 공모제도도 있는데, 만일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시중 상업출판사와 접촉해 본다. 다만, 자비출판은 지양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비용을 들이게 해야 제대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출판사를 접촉할 때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을 『출판의 진실』(초판 1926, 한국어 번역판 저본인 8판 1976)에서 스탠리 언윈이 언급한 「저작자에게 보내는 머리말」에서 발췌해 본다. “출판업자는 자선가도 아니도 악당도 아니다. ……당신의 저작이 걸작일지도 모르지만, 출판업자에게는 걸작이라고 내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는 전혀 가망 없는 원고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가 당신의 원고를 퇴짜 놓으면, 그것은 원고의 진가를 제대로 못 알아본 것일 수도 있으니 다른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보도록 하라. 그리고 퇴짜 놓은 출판사에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고 떼쓰지 마라. 자기의 저작에 대해 칭찬 이외의 말을 바라는 저자는 없다. ……계약조건이 인색하더라도 재정적으로 견실한 출판사가 낫다.”

90년 전 영국의 한 출판인이 한 말이 어찌 이 시대에도 이렇게 유효할 수가 있는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와 출판사의 변치 않는 관계라니. 어쨌든 내년 12월에는 내 생애 최초의 책을 썼다는 혹은 절필작 집필에 착수했다는 뿌듯함으로 한 해를 보람차게 ‘마무리’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새 정가제로 출판업계 기존 공식이 깨졌다”
http://m.hani.co.kr/arti/culture/book/723457.html